[연합시론] 이재명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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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재명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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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국회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일정
[그래픽] 국회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일정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부의 체포동의 요구서가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4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27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299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민주당은 국회 의석 과반인 169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민주당 외 전원이 찬성표를 던지고 민주당 내에서 28표의 이탈표가 나오면 동의안이 가결된다.

이제 공은 민주당에 넘어왔다. 당 지도부는 당론 채택 없이도 체포동의안 부결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조차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명·비명 가리지 않고 검찰의 수사 방식과 행태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각종 의혹에 대한 이 대표의 적극적인 해명 노력도 당내 부결 여론 조성에 한몫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 체포동의요구서가 제출되자 "영장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동안 얘기한 '428억원 그분', 돈 이야기가 전혀 없지 않으냐"며 "무리한 언론플레이를 통해 저를 음해하고 공격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한 '50억 클럽' 의혹을 거론, "조그마한 도움을 준 (곽상도) 아들도 수십억 원을 받았는데, 제가 그 사건에 부정하게 관여했다면 한 푼도 안 받았을 리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의 이런 항변을 들어보면 결국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과 법정 공방을 벌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결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전에 무엇이 자신과 당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를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그에게 주어진 길은 두 갈래다. 지금처럼 당을 진두지휘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사실상 주도하거나, 아니면 법원에 자진 출두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이다. 이 대표는 먼저 동의안 부결 시도가 과연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인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한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정치검찰의 야당파괴 분쇄' 등 온갖 이유를 대고 있지만, 개인을 위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스스로 깨버리는 것으로 비치지 않겠는가. 체포동의안 부결은 거야(巨野)의 완력 과시 내지 검찰의 '정치적 승리'로 귀결된다는 당내 우려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이번에 동의안이 부결되면 검찰은 다른 혐의로 이 대표 영장을 청구하고, 민주당은 계속해서 '쪼개기 청구'를 저지할 것이다. 이 대표 신병을 둘러싼 민주당과 검찰의 핑퐁게임이 지속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총선을 앞둔 민주당일 것이다.

반대로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나간다면 당장 그의 결백 주장에 설득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영장심사 결과가 기각이면 이 대표의 주장이 우위에 서는 것이고, 설령 구속이더라도 지지층 결속 효과 등을 고려하면 정치생명과 총선에 꼭 불리하다고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대표 앞에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체포동의안 부결은 이 대표와 민주당을 옥죄는 사법리스크의 끝이 아닌 더 깊은 수렁의 시작일 것이다. 무엇이 선당후사의 길인지, 이 대표에게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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