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광주시·시의회 '예산 전쟁'…피해는 시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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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남긴 광주시·시의회 '예산 전쟁'…피해는 시민이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2.1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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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심사서 증액 없이 삭감만…협상 결렬되자 '싹둑싹둑'
시장·시의장 서로 책임 전가…냉각기 당분간 이어질 듯
광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인사말하는 강기정 광주시장[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인사말하는 강기정 광주시장
[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시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내년 예산안 심사가 '제살깎기'로 마무리됐다.

편성권을 쥔 광주시와 심의권을 가진 광주시의회의 부조화로 시민들은 주요 현안 차질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4일 광주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7조1천102억원 규모 내년 광주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의결했다.

증액 없이 감액(2천89억원)만 있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심의 결과였다.

시와 시의회는 애초 12일 마무리하려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계수 조정을 13일 밤까지 이어가면서 '마라톤협상'을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양측이 증액 요구한 사업 예산이 모두 삭감돼 '너 죽고 나 죽기'식이라는 혹평까지 나온 협상 과정은 이랬다.

예결위 심의 단계에서 시의원들이 증액 요청한 사업은 모두 109건이었다.

이 가운데 시와 시의회 예결위 협의 단계에서 31건은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

시는 남은 78건 중 70건 증액에 동의해 총 109건 중 8건만 부동의 대상으로 남았다.

시의회도 시에서 핵심적으로 증액 요청한 20건 사업 모두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일부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협상을 통해 이견이 좁혀지는 듯 했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 중 일부만 삭감을 선택할 수 없다고 시가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시의회는 그동안 어렵사리 상호 동의에 다가선 사업 예산도 반영하지 않고 전액 삭감했다.

광주시청과 광주시의회 전경[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시청과 광주시의회 전경
[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기정 광주시장,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은 본회의 발언에서 서로를 겨냥했다.

강 시장은 "여러분(시의원)이 의결한 2023년 본예산은 예산 심의권 남용의 결과라 생각한다"며 "의회 여러분이 요구한 예산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시 집행부가 충분히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풀이식 예산 삭감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책임은 온전히 의회에 있고, 피해는 온전히 시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강 시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 도중 울먹이기까지 했다.

강 시장은 취임 후 이른바 시의원들의 요구에 따른 '쪽지 예산', '민원성 예산' 편성 관행을 고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정 의장은 폐회사에서 쪽지 예산 요구나 반영 여부가 아닌 시의 탓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정 의장은 "삭감 권한 있는 시의회 입장에서 쪽지 예산 없이 원칙을 지켜냈다는 점을 양지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고 "상임위 심사 때 집행부 간부 공무원들이 동의하고 합의한 사업들이 예결위 심사에서 부동의로 뒤집혀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화와 타협, 상호 존중과 소통을 통해 시와 시의회 간에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자는 제안도 했다.

양측 실랑이 끝에 예산이 삭감된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예산이 부활할 여지는 있지만, '예산 전쟁'으로 비화한 냉각기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 시장은 "관계 개선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각자 위치에서 원칙과 정도의 길을 가면 된다"며 "의원들은 심의권을 남용하지 않고 집행부와 동반자 관계를 갖고 집행부는 심의권을 존중하면서 동의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교수신문 설문조사에서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행정사무 감사, 예산 심의 과정에서 도출된 여러 문제에 신속하게 후속 조처를 해달라"고 시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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